스트리트버거가 없는 영철버거 조금 전

지역상점이 잘 발달한 외국의 사례를 보면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게 됩니다. 지역문화가 있는 곳이 매력있는 곳입니다. 요즘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는 삼청동, 부암동 일대는 스타벅스 아닌 커피숍, 피자헛 아닌 피자집, 롯데백화점이 아닌 옷가게로 인해 사람들의 발길을 붙들고 있습니다.
영철버거에 스트리트버거가 사라집니다. 제가 처음 입학했던 2005년만 하더라도 영철버거는 문전성시를 이뤘습니다. 당시 가게가 지금보다 작았던 탓도 있지만 1천원으로 고기가 가득한 빵과 탄산음료를 마실 수 있다는 것은 주머니가 가벼운 학생들에게 큰 매력이었습니다.
싸고 질좋은 먹거리를 제공해주는 것만도 고마운 일인데 아저씨께서는 학생들의 성원에 보답한다며 1천원짜리 스트리트버거 몇 만개에 달하는 돈을 오랫동안 장학금으로 기부해오셨습니다. 처음 프랜차이즈 사업의 실패로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고 계실때에도 학생들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대출을 받은 돈으로 장학금을 기부해오신 일 여러분도 아마 잘 알고 계실 겁니다. 
영철버거가 학교 앞에 처음 문을 열었던 2000년과 지금의 상황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우선 학교 앞에 천원짜리 몇 장으로 선택할 수 있는 먹거리의 종류가 크게 늘어난 것입니다. 지금 영철버거가 학생들에게 갖는 지위란 예전과는 조금은 다른 것입니다. 그러한 와중에 재료값 마져 상승하면서 스트리트버거의 가격을 1500원으로 올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생산방식도 공장제 생산으로 바꿔보았습니다. 아저씨와 고려대학교 학생들간의 오늘을 있게 한 스트리트버거를 지키고자 하는 노력이었습니다. 하지만 이것들은 모두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습니다. 스트리트버거 생산중단 결정에 2000원으로 올려서라도 스트리트버거를 지켜보자는 학생들의 제안도 있었습니다만 이마저도 임시방편일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었습니다.
언제나 웃는 모습으로 학생들을 맞아주시는 아저씨의 모습에서 우리는 어떤 어려움도 읽기 힘들 것 입니다. 하지만 아저씨는 꾸준히 기부해오시던 장학금을 작년 한 해 거르실 정도로 경영상에 새로운 활로 모색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합니다. 스트리트버거를 더이상 만들지 못하게된 것과 함께 지금까지 무료로 제공되던 음료수를 유료화하는 것은 수익의 극대화가 아닌 더이상 대출을 받기도 어려운 영철버거의 생존전략입니다.
이제 영철버거는 스트리트버거를 중단하고 수제 샌드위치 집으로 새롭게 출발합니다. 이제까지 영철버거의 경쟁상대가 학교 앞 분식집이었다면 이제는 미국식 샌드위치의 대명사 Mcdonald와 Subway류가 영철버거의 경쟁상대입니다. 가격경쟁력이 아닌 품질로 도전해보겠다는 것입니다. 영철버거가 프랜차이즈화 하는 것과 관련해서 개인적인 마음으로는 아쉬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과 어려운 시기를 함께한 고려대학교 동문들에게 작은 성공에 안주하는 모습이 아닌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으시다는 아저씨의 뜻을 들으면서 그만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외국브랜드가 장악한 샌드위치 체인점 가운데 한국 것 하나쯤 있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것이 고려대학교에서 시작해 학교 앞에 본점을 둔 영철버거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거리의 상점들은 간판을 달리합니다. 문화가 필요한 서울에 새로운 것에 대한 잘못된 선호만이 있습니다. 이제 11년째를 맞는 빵집 영철버거가 있는 학교는 훨씬 풍성한 것입니다. 오랫동안 앞만 바라보며 달려온 우리가 돈이 아닌 다른 가치를 지켜줄만한 수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얼마전 졸업입학시즌에 학교차원에서 경영난에 있는 영철버거에 1만개의 빵을 주문하여 화제가 되었던 적이 있습니다. 지역사회에 기반하여 만들어낸 자신의 이익을 꾸준히 사회에 환원하여 왔던 아저씨의 선행에 학교가 보답한 보기좋은 사례였습니다. 먹거리 선택을 감정에 호소한다는 것이 조금 촌스럽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비슷한 선택지라면 영철버거에서 샌드위치를 먹는 것은 결코 의미 없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영철버거의 새로운 시작을 응원합니다. 올해는 꼭 다시 장학금을 기부하시겠다는 아저씨의 소망이 이루어지기를 희망합니다. 학생들과 십년을 함께한 스트리트버거는 내일까지 맛볼 수 있습니다.


덧글

  • 김갑환 2010/10/29 20:25 # 답글

    오늘 영철버거에서 음료수 800원이라는 말에 깜짝 놀랐는데 이런 사정이 있었군요
  • 아날로그 2010/10/31 09:03 #

    예... 신메뉴들도 하나같이 훌륭하더군요.
    특히 뉴클래식버거 강력추천합니다!
    :)
  • brad 2012/10/25 05:10 # 삭제 답글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하던것을 계속해야지...

    괜히 프랜차이즈건 뭐건 건드려서, 망하고...

    이러니, 돈에 욕심을 내면, 돈을 못버는 것임.
  • 조형일 2013/06/05 08:38 # 삭제

    삼성이 하던 것만 계속했으면 돈 벌었겠어요?

    사업을 확장하고 싶은 마음을 비난하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그건 옳지도 않고요.

    다만 저는 고대 앞 영철버거라는 한 역사의 쇠락이 아쉬워서 이런 글을 썼던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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